페깅코인, 불가능성 삼각정리, 스팀과 테더

암호화폐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암호화폐를 원함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특유의 고변동성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몇 가지 예를 짚어보자. 첫째는 테더(USDT)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자금이동은 마음대로 하고 싶으나 가치변동은 적은 USD를 쓰고 싶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암호화폐로, 현재 바이낸스 등 많은 유명 거래소들이 USDT기반 페어의 거래를 지원한다. 둘째는 스팀달러(SBD)이다. 스팀달러는 블록체인 기반 블로깅 플랫폼인 스팀잇에서 포스팅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원활히 하기 위해 1달러 상당의 가치를 지니도록 만든 코인이다.

이러한 코인들을 페깅 코인, 스테이블 코인, 가치연동화폐 등의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 경제학도라면 누구나 배우는 불가능성의 삼각정리(impossible trinity)가 바로 떠오를 것이다.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면 이것은 국제무역에 있어서 환율안정, 독립통화정책, 자본이동 자유화라는 3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정리이다.

페깅코인은 환율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독립통화정책 혹은 자본이동 자유화를 포기해야만 한다. 위 예시로 돌아가보자. USDT는 자체적 통화정책을 완벽히 포기했다. 스팀달러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하므로 먼저 스팀에 대해 짧은 설명을 할 것이다.

스팀은 블로깅 플랫폼이자 블록체인이다. 스팀 내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스팀달러(SBD), 스팀파워(외부에서 거래되지 않음), 스팀(STEEM)의 3가지로 나뉜다. 스팀의 블럭 생성 방식은 증인(witness)에 의존한 DPOS방식이다. 생성된 스팀은 리워드 풀으로 들어가며, 스팀 플랫폼 내 활동에 따라 이 리워드가 분배된다. 스팀파워는 스팀네트워크 내에서의 영향력을 의미하며 더 높은 파워가 있으면 리워드 풀에서 더 많은 스팀을 얻을 수 있다. 스팀달러는 1달러 가치의 스팀으로 전환이 보장되는 화폐이다. 이 전환비율이 얼마나 되어야 하는가는 증인들에 의해 결정된다. 마지막으로 스팀에서 하드포크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67%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바탕으로 이제 스팀달러의 페깅에 대해 알아보자.

스팀달러는 밴드 페깅된 화폐(?)이다. 먼저 하방 페깅을 알아보자. 스팀달러는 스팀으로 전환될 수 있다. 그리고 스팀달러를 스팀으로 전환할 때 받는 스팀의 양은 그 시점에서 1달러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전환은 3.5일에 걸쳐 일어난다. 스팀가격의 급격한 변동이 없다고 본다면 전환된 스팀달러는 약 1달러에 해당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1스팀달러의 가격이 10달러라면 아무도 전환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다. 외부 거래소에서 10달러에 팔면 10달러를 받지만 전환신청을 하면 1달러를 받기 때문이다. 즉,  스팀달러->스팀 전환은 1스팀달러의 가격이 1달러 이하인 경우 1스팀달러>=1달러가 보장되게 환율을 안정시키는 메커니즘이 된다.

그렇다면 상방 페깅은 어떨까? 현재 스팀 백서에서는 스팀달러를 부채로 정의하고 있으며, 부채의 비율이 총자산 대비 10%가 넘는 경우에는 스팀달러를 스팀으로 전환할 시 더 적은 스팀을 받도록 하고 있다. 즉 스팀 시가총액의 10%가 상방 캡이 된다. (참고로 비슷한 하방 캡 또한 존재하며, 이는 0.01%이다. 그러나 현재는 1달러 캡이 더 높으므로 이것만 고려하면 될 것이다.)
https://steem.io/SteemWhitePaper.pdf (스팀 백서)
https://steemit.com/steemit/@dantheman/steem-dollars-have-limits (스팀, 스팀달러에 대한 설명)
코인마켓캡 사이트를 참고한다면 현재 글 작성 시점에서 스팀의 시가총액은 $526,285,857 USD이다. (유통중인 스팀은 271,060,126 STEEM이다.) 그렇다면 스팀달러의 시가총액은 $52,628,585.7이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유통중인 스팀달러는 10,984,461 SBD로 나온다. 즉, 이론적으로 현재 스팀달러의 최대 가격은 약 4.79달러이다. 참고로 현재 스팀달러는 약 2.1달러이므로 밴드 범위 내에서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2017년 말 암호화폐 광풍의 시기에 스팀달러는 일시적으로 최고 13달러 선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이 때 1스팀이 7달러 선이었는데, 현재 1스팀은 2.08달러 선이다.  스팀 갯수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13/7은 약 1.9, 대략 2 정도로 볼 수 있으므로 현재 가격 기준으로 환산시 그 당시 스팀달러는 현재의 4.79 상한선 기준으로 4.2달러까지 접근한 셈이다. (다만 이 시점에서 잠시 한국 거래소들의 가격이 제외된 적이 있는데 당시 소위 ‘코프’는 50%에 달했으므로 실질적으로는 국내 스팀달러의 경우 6.3달러 선까지 갔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그만큼 국내 스팀에도 코프가 끼었겠지만.)

스팀달러의 경우는 페깅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범위가 매우 넓은 편이어서 현 시점에서는 실질적으로 거의 변동환율제인 것처럼 취급해도 될 것 같다. 그러면 매우 간단한 질문을 할 수 있다. ‘어차피 환율이 변한다면 대체 스팀달러는 왜 만들었냐?’
바꿔말해, 스팀달러는 거래의 단위는 될 수 없다. 스팀달러가 가격이 올라서 좋다고? 스팀달러 가격이 오르면 스팀달러로 대금을 지불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손해다. 내려도 마찬가지로 대금을 받는 사람이 손해고.
그러면 가치의 저장은 되는가? 그것도 어렵다.  1달러 위쪽으로 크게 벗어난 스팀달러 가격은 결국 1달러로 돌아오게 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스팀달러를 없애고 달러화하기 위해서는 스팀으로 환전해야 한다는데 그 원인이 있다. 현재 각 거래소에서 2달러선에서 거래되는 스팀달러를 1달러어치 스팀으로 환전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스팀달러는 환전되지 않는다. 그런데 스팀잇은 스팀파워와 스팀달러를 보상으로 준다. 결국 스팀달러는 계속 쌓이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여 스팀달러의 가치는 떨어진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스팀달러의 발행속도가 달러의 발행속도보다 낮아야 하는데… 스팀달러의 발행속도는 이것보다는 훨씬 높다.
이러한 동학은 스팀달러가 1달러 선으로 내려와서 다시 스팀으로 환전이 이루어지기 시작할 때까지 이어진다. 한 마디로, 지금 2달러 선에서 스팀달러를 사서 보유한다면 가치의 저장마저 되지 않는 것이다.

위에서 현재 1달러 위쪽으로 크게 벗어난 스팀달러는 보유의 의미가 없음을 보았다. 그리고 스팀잇 이용자는 보상을 스팀달러 혹은 스팀파워로 받는다. 그러면 스팀잇 이용자는 스팀달러를 (외부 거래소에서 2달러 받고) 파는 것과 스팀파워를 얻는 것 중 무엇을 택해야 할까?
스팀파워는 스팀잇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이며 스팀파워 보유자들은 연간 스팀 발행량의 15%를 얻게 되고(75%는 author & curator에게, 10%는 witness에게 간다), 1스팀파워를 1스팀으로 전환받을 수 있으나 13주에 걸쳐 나눠받게 된다. 신규발행율은 인플레율과 같으니 현재 연간 신규 스팀 발행량은 총 스팀의 9.5%인데, 바꿔말해 1스팀파워를 가지고 있으면 1년 후 추가로 0.095*0.15스팀을 얻거나 혹은 전환(파워다운)시 향후 13주에 걸쳐 매주 1/13 스팀을 얻게 된다(총 1스팀). 보면 알겠지만 1스팀파워의 이자율은 높게 봐도 대략적으로 1.5% 수준밖에 되지 않으므로 이것만 본다면 사실상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결국 향후 13주의 스팀 가격흐름을 예상해서 지금같은 하락세가 지속되어 13주 평균 스팀가격이 3.5일 후의 스팀달러 가격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스팀달러를 받아서 파는 것이 좋다. 반대로 상승세가 지속되어 13주 평균 스팀가격이  3.5일 후의 스팀달러 가격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스팀파워를 받는 것이 좋으며, 이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스팀파워를 가지고 있을지 아니면 팔지 선택을 해야 한다. 이 때 스팀파워 보유로 얻는 이자는 사실상 없다시피 하므로 무시해도 된다. 그 외에 스팀파워 보유가 좋은 점은 보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또한 사실 그리 큰 메리트는 없어 보인다.
https://steemit.com/kr/@loum/6mqq5g
위 링크를 보면 스팀잇의 직접관계자가 전체 물량의 62% 정도를 가지고 있으며 상위 0.1%가 87%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적어넣는다는 무리수를 들고 나오면서까지 개혁하려는 우리나라 부동산보다 훨씬 불균등한 수치다. 나 자신의 보팅파워보다는 소위 ‘고래’의 눈도장을 받는지 여부가 훨씬 중요하다 볼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현재 https://steemwhales.com/ 사이트에서 살펴보면 아마도 0.1%의 보유량은 80% 정도 되는 것 같다. 상위 1%로 넓히면 약 93%.)

결국… 아마도 스팀파워를 파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상승장이 아닌 하락장을 예상한다면 스팀달러를 파는 것이 이것보다도 더 좋을 것이고. 어떤 상황이던간에 스팀이라는 코인은 현 상태에서 그리 메리트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현재 절대다수의 일반인에게 있어 스팀잇을 통해 뭔가를 벌어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언가 글을 써서 스팀파워 혹은 스팀달러를 파는 것으로 보인다.

쓰다 보니 본의 아니게 스팀에 대한 가격전망이 되었는데 스팀 사용자가 아닌 투자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이쪽에 신경이 많이 쓰이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 anyhow.

스팀이든 테더든 아니면 그 어떤 다른 화폐든간에 페깅 화폐는 별로 투자대상으로 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한지 오래되어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편견이 생긴 것일 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고정환율쪽에 가까운 제도를 택할수록 별로 좋은 꼴을 못 본것 같다. (그리고 그럴만 하다. 고정환율이면 통화정책을 포기하거나 자유무역을 포기하거나 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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