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분의 녹음과 유성기업 노조탄압

유성기업이 오랜만에 언론에 또 보도되었다. 노조가 이사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녹음본이 뉴스에 나온 것이다. 네이버 뉴스기사를 보면 현재 여론은 ‘역시 이래서 문제’, ‘청와대 위에 노조’ 등 노조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높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449&aid=0000162570
“아악”…8분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긴 욕설·비명 (채널A 기사)

하지만 유성기업은 예전에도 뉴스에 자주 나온 편이었다. 그리고 그 뉴스들은 지금과는 정반대로 사측의 악랄함을 고발하는 기사였다.
http://www.redian.org/archive/107986 노조탄압 대명사 유성기업 유시영 법정구속 (redian 기사, 2017년)
http://klsi.org/content/8382 유성기업지회의 6년, 무슨 일 있었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16년)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6383 [검찰 수사기록으로 살펴본] ‘노동개악 실사판’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의 재구성 (매일노동뉴스, 2016년 1월)

유성기업은 주간연속 2교대를 해달라는 노조측의 요구에 맞서 무답변으로 일관하다가,  2시간의 부분파업이 일어나자 직장폐쇄를 감행한다. 하청인 유성기업은 원청인 현대차의 지시로 노조를 와해시킬 계획을 세웠으며 창조컨설팅이란 업체를 통해 그 계획을 구체화했다.  선별복귀 원칙을 세워서 회사에서 정해준 규칙을 따르는 어용노조로 가입을 유도했으며 현대차는 어용노조 전향 현황을 주간으로 보고받았다. 이런 전향을 위해 단란주점에서의 향응 제공, 기존 노조원에 대한 무리한 중징계 및 어용노조원에 대한 징계 대폭 약화, 노조 지도층에 대한 고소/고발 남발, CCTV 및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감시, 노조사무실 비품 파괴 및 절도 등의 행위가 이루어졌다.

사측에서는 이미 파업 이전부터 채증에 사용할 도구를 대량으로 관리인원에게 지급한 현황이 있어, 부분파업 자체가 잘 짜여진 노조파괴 시나리오의 일부임을 짐작하게 한다. 실제로 원청인 현대차에서도 2교대 관련 협상이 끝나지 않았는데 ‘하청에서 감히’라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증언이 있다 한다. 또한 적자기업이던 유성기업은 현대차로부터 납품단가를 약 20% 가량 인상받는 혜택을 입었다.

이러한 상황은 노동자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충남노동인권센터가 유성기업 노동자를 조사했더니 40% 이상이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나타났으며, 노동자 4명은 정신질환에 대해 산재를 인정받았고, 11건의 고소를 당했던 한 노동자는 주간근무로 바꿔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자살하기도 했다.

서울지방법원은 이 어용노조를 사측이 계획하여 주도한 노조이므로 그 설립이 무효하다고 판결했으나 회사는 이름만 다르고 기존 어용노조와 같은 위원장, 사무국장을 임명한 제2의 어용노조 (즉 제3의 노조)를 설립하여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무리한 임금 인상, 채용 세습 등의 요구로 인해 노조란 단어를 대하는 사회의 시선은 많이 차가워졌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나라의 노조는 노동자를 대변한다기보다는 또 하나의 사익추구를 위해 공익을 희생시키는 이익집단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유성기업의 노조는 좀 다른 케이스다. 파업 이전의 이야기지만,  2014년 유성기업의 재해율은 15%대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근무강도가 심각했다는 이야기다. 2교대라는, 잠을 좀 자고 싶다는, 어쩌면 정말 기본적인 생존에 관한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겠다고 버티면서 노조를 해체하는 것은 과연 인간이 할 짓인가? 그리고 이 사건에서 ‘정권의 힘을 입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라는 수식어를 과연 유성기업 노조에게 붙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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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내용 요약

본 포스팅은 최근 이슈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논의의 쟁점을 이해하기 위한 글들을 모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오마이뉴스(!?)에서 발행된 홍순탁 회계사님의 글을 읽어보면 정리가 잘 되어 있으니 이 분의 글을 보면 된다. 여기에는 최근의 4개 글만 링크한다. (그 외에도 관련 글이 더 있으니 필요하면 해당 사이트에서 찾아보기 바란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알려주는 진실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36798

고의를 의심케하는 삼성바이오의 ‘어이없는 실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42613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점 흐리는 증선위의 ‘이상한’ 행보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47793

증선위 의사록에 드러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민낯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80522

위 논의를 간단히 요약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2012년 즈음부터 지배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놨어야 한다. (그 이유는 바이오젠의 콜옵션에 있다) 그런데 관계회사로 돌린 것은 2015년이다. 이를 위해 콜옵션의 존재를 누락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다. 그래서 관계회사로 파악했을 때 인식했어야 하는 지분법상 손실을 피했고, 이는 삼바를 많이 보유한 제일모직의 가치가 높아지는 결과가 되어, 삼성물산 0.35 : 제일모직 1의 합병비율이 정당화된 결과를 낳았고, 이는 이재용으로의 삼성그룹 승계를 가능하게 하는 합병이 되었다.

뉴스가 많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분식회계로 판단하게 되는가에 대한 로직을 따라가는 뉴스는 잘 안 보여서 아쉽다. 물론 콜옵션 등의 이야기는 대중을 상대로 한 지면에 다 싣기는 좀 복잡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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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vious Manipulations (Troyan and Morrill 2018)

메커니즘 디자인에 있어 strategy-proof라는 개념이 있다. 이를 간단히 설명하면 나를 솔직히 드러나는 것이 최선이 되도록 하는 메커니즘(게임의 규칙)을 가리키는 단어다. 그러나 strategy-proof(이하 sp)한 메커니즘을 구현할 경우 효율성 등 다른 주요 가치가 훼손되는 경우가 있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sp라는 제약을 완화하여 obviously manipulable(이하 ob) 혹은 non-obviously manipulable(이하 nob) 메커니즘에 대해 살펴본다. ob 메커니즘은 전략적 행동 즉 나를 솔직히 드러내지 않는 행동을 하면 이득을 본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메커니즘이며, nob 메커니즘은 이것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전략적 행동을 취하기 어려운 메커니즘이다. (정확한 정의는 논문을 참고할 것.) 어떤 메커니즘이 ob/nob인지를 보고, 유명한 메커니즘들을 분석한다.

투자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게임이론으로 경제학이 다시 쓰이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수박 겉핥기로라도 알아두면 언젠가 쓸모있을 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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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iety versus standard

Bessel’s correction과 MOOC을 통해 다양성이 없는 교육에 대해 논해보는 생물학자 Lior Pachter의 글을 읽어보았다.
https://liorpachter.wordpress.com/2014/05/25/bessels-correction-and-the-dangers-of-moocs/
이 포스팅은 일종의 독후감이다.

생물학자 Lior Pachter는 옛 유럽 왕실의 근친교배를 가지고 글을 시작한다. 이로 인해 좀 더 지배능력이 높은 혈통을 얻었을지 모르나 그로 인해 유전병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일종의 근친교배가 학계에서 일어난 사례를 드는데, 특히 지식의 전파와 관련하여 MOOC이 갖는 위험성을 이야기한다. 가르침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로서 그는 베셀 교정(Bessel’s correction)을 제시한다.  Bessel’s correction은 평균 구할때 많이 봤을 것이다. n이 아닌 n-1로 나누는 것이다. 즉 sum(x)/n 이 아니라 sum(x)/(n-1)을 하는 것이 Bessel’s correction이다.
https://en.wikipedia.org/wiki/Bessel%27s_correction
Lior는 왜 이 교정을 실시하는지에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경우를 이야기한다. (사실 나도 첫번째, 그리고 두번째 세번째 통계학 수업에서조차 왜 이게 필요한지 배운 적은 없다. 그냥 암기했을 뿐이지.) 그리고 해당 교정에 대해서 설명한 한 MOOC강의 동영상을 예시로 들면서, MOOC과 같은 대규모 청중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잘못된 가르침이 발생할 경우 근친교배로 인해 유전병이 생긴 것과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다.

읽고 나서 느낀 점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로 우리나라 교육에 있어서도 비슷한 경우를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능, 대입 등의 획일화된 교육과정이 문제를 불러오지 않을까? 물론 이 부분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부분이기는 하다.

둘째로 다양성에 의한 성장이라는 모델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다양성은 자연환경 변화에 좀 더 잘 적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단순히 생명체의 물질적 적응을 넘어, 잘못된 정보는 교차검증을 통해 반박 가능하다는 것에서 개념적으로도 다양성은 소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내가 개신교인으로서 겪는 문제 중 하나는 담임목사가 이상한 소리를 할 때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명박, 박근혜의 비리를 곁에서 보다가 고발했던 사람들을 논하면서 그들이 가롯 유다와 같다는 말을 설교 중에 들은 적이 있다. (기독교를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하자면 유다는 예수를 푼돈에 팔아넘겨 죽게 만든 자다.) 이 교회의 많은 교인들이 이 분의 이런 정치적 성향을 싫어한다. 그러나 이걸 대놓고 설교시간에 반박한다? 그러면 당장 쫓겨나고, 아무리 잘 되어봐야 분란 조장한다고 뒷담화나 듣게 될 것이다. 이게 교회 하나의 문제라서 다행이지 만약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어쨌을까 생각해보면 정말 아찔하다.

셋째로 표준화 혹은 획일화로 얻는 이점과 다양화로 얻는 이점이 서로 상충관계에 있다고 느꼈다. 같은 레이어(?)에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얻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여겨진다.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적응 가능성을 높이는게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일종의 best practice를 찾게 된 후에는 표준화시켜 널리 전파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즉 지식의 최전방에 위치한, 불확실성이 높은 산업에서는 다양화, 그리고 그렇지 않은, 즉 오래되고 잘 알려져 있는 산업에서는 표준화를 하는 것이 좋은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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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Instability of Bitcoin Without the Block Reward (Carlsten et al. 2016)

이 논문은 스탠포드 대학교에 재직하는 Carlsten,  Kalodner, Narayanan, Weinberg가 작성한 것으로, 비트코인 채굴 과정이 블록체인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게임이론을 사용하여 답해보는 논문이다.

여기서 이들은 채굴자들이 블록 보상과 거래비용 보상의 두 가지 보상을 받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블록 보상은 현재 1블록당 12.5 BTC로 고정이나, 거래비용 보상은 거래하는 사람들이 제공하는 수수료에 의존하기에 가변적이며 비트코인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거래비용은 늘어난다. 그리고 비트코인의 채굴 스케쥴을 보면 약 4년마다 블록 보상이 줄어들어 최종적으로는 채굴이 종료되고 고정된 숫자의 비트코인만이 존재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이 과정에서 보안 문제가 생기지 않을것이라는 암묵적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과연 이같은 믿음이 사실인가? 바꿔말해, 블럭 채굴에 있어 고정보상 없이 거래수수료만 존재하는 경우 비트코인의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을까?

이 논문은 게임이론을 통한 이론적 분석 및 마이닝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한 채굴자 행동 시뮬레이션을 통해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놓는다. 그리고 그 대답은 ‘아니오’다. 즉 비트코인 블록 보상이 사라지게 되면 비트코인 채굴은 불안정하게 되며, 채굴자들은 블록 보상이 있을 때와는 달리 항상 가장 긴 체인만을 채굴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결과가 나오는 이유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면 다음과 같다. 블록 채굴에 걸리는 시간은 지수분포를 따른다. 그렇기에 블록 채굴에 걸리는 시간에는 상당한 편차가 존재한다. 참고로 이 편차를 계산한 사람이 있는데, 하루에 1회 정도는 50분이 걸려서 블럭을 채굴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한다. 다음 링크를 참고할 것.

그로 인해서 채굴자들은 채굴 보상이 높은 블럭을 포크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 유인이 생긴다.
또한, 블록 보상이 없을 경우, 블록이 채굴된 직후에는 한계비용(전력비용)이 한계예상소득(채굴보상=거래비용보상)보다 높으므로 해쉬파워를 줄일 유인이 존재한다.
즉, 51% 공격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자원이 훨씬 더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1. 일부 채굴자들이 가장 높은 거래비용보상을 주는 블럭을 중점적으로 채굴한다. 즉, 기본적으로는 가장 긴 체인의 블럭을 채굴하나, 2개의 서로 다른 블럭이 가장 긴 체인이 되기 위해 경쟁하는 경우 거래비용보상이 가장 높은 블럭을 채굴한다. (이하 PettyComplaint)
2. 이러한 PettyComplaint 채굴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할 경우, 의도적인 포크를 발생시켜 수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예를 들어 가장 마지막에 (=t번째) 채굴된 블럭이 거래비용보상만을 제공하며, 이로 인해 채굴한 자에게 1BTC만큼의 수익을 줬다 하자. 그리고 아직 채굴되지 않고 남아있는 거래비용보상은 2BTC이다. 그러면 일부 채굴자들은 의도적으로 가장 마지막에 채굴된 블럭의 직전 블럭을 (즉 t-1번째 블럭을) 이어나가는 포크를 할 수 있다. 이 때, 이 채굴자들이 채굴한 t번째 블럭에서는 1BTC가 아닌 0.5BTC만을 가져왔다고 하자. 그러면 이 체인을 이어가는 경우 남아있는 보상은 2.5BTC가 된다. PettyComplaint들이 존재하므로, 이제 이 2.5BTC가 남은 체인에 더 많은 연산력이 투입되며, 따라서 이 체인이 선택될 가능성이 더 높다.
바꿔말해, t, t+1 블럭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을 계산해보면 정상적인 경우에는 각각 1BTC 그리고 2BTC이지만 PettyComplaint들이 있는 경우에는 각각 0.5BTC 그리고 2.5BTC가 된다. 이러한 의도적인 포크를 발생시키는 (저자들은 이 행위를 ‘undercutting’이라고 부른다) 채굴자들을 이하 LazyFork로 지칭한다.
3. PettyComplaint의 존재는 LazyFork의 존재를 불러온다. 그리고 이는 새로운 유형인 FunctionFork의 존재를 암시한다. LazyFork는 t-1블럭부터 채굴하지만, 굳이  t-1이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채굴자의 입장에서는 t-n으로 놓고 재귀적인 undercutting을 통해 나의 수익이 극대화되는 최적의 n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여기까지 오면 이제 기존의 ‘가장 긴 블럭을 갖는 체인을 채굴한다’는 규칙은 거의 망가졌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이러한 경제적 유인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선의로'(?) 기존의 ‘가장 긴 체인’ 규칙을 따를 경우를 가정해보았다. (이들은 이러한 사람들을 ‘DefaultComplaint’라 칭한다.) 그 결과, 66% 이상의 사람들이 이러한 선의를 보일 때에만 위와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들은 Majority is not enough: Bitcoin mining is vulnerable (Eyal & Sirer 2014) 논문에서 처음 논의된 Selfish Mining(이기적 채굴) 공격에 대해서도 분석한다. 그리고 단순히 가장 긴 블럭체인을 채굴하는 것이나 전통적인 Selfish Mining보다도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improved selfish mining 전략이 존재함을 밝힌다.

이러한 문제들은 더 작은 블럭사이즈를 통해 일정 부분 완화될 수 있다. 왜냐하면 블럭사이즈가 작아서 블럭을 다 채우고 나서도 승인 대기중인 거래가 충분히 많다면 위에서 말한 신규 블럭 채굴 직후 MR < MC가 되는 사태가 덜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고 있어,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될 경우 언제나 승인 대기중인 거래가 충분히 많아야 한다는 말이 되는데, 이것은 어떻게 보면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라이트닝 네트워크 등의 오프체인 스케일링이 이루어지면 승인 대기중인 거래가 줄어들 것이므로 이 부분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까지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처리량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이 논문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2017년 후반기에 BTC-BCH간 벌어졌던 일들이다. 정확한 시점은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BTC채굴을 하던 사람들은 소액의 tx에 엄청나게 높은 tx수수료를 지불하는 거래가 많이 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또한 우지한, 로저버로 대표되는 채굴풀에서 매우 소량의 거래만을 승인하는 블럭을 찍어내면서 ‘시스템에서 허용하니 괜찮다’라고 말하는 동안 tx수수료가 크게 상승한 것도 기억할 것이다. 즉… 이들 BCH진영은, 실제로 위 논문에서 말하는 공격을 BTC쪽에 가했을 가능성이 꽤 있다고 보인다. 실제로 현재까지도 Bitcoin.com 도메인을 선점해서 자기들이 진짜 비트코인인 척 하는걸 보면…
그렇다면 과연 왜 BTC가 살아남았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좀 더 알아봐야만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짐작하기로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1. 이러한 공격을 가할 생각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똑똑한 아시안? 혹은 정직한 웨스턴?)
2. 기본적으로 위 공격은 tx수수료만 존재하는 경우를 상정한다. 즉 지금처럼 블럭마다 12.5BTC가 나오는 상황에서는 위 공격을 실행할 유인이 크게 줄어든다.
3. BCH진영은 tx수수료를 충분히 오랫동안 높이지 못했다.
4. 내부적으로 coordination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엄청난 BCH 펌핑과 동시에 일어났던 빗썸 거래 정지 사건 등…)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고정되어 있어 화폐의 가치가 유지된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발행량 고정이라는 점으로 인해 이 논문에서 다루는 보안 문제가 발생한다면… 약간 후퇴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예를  들어 n년 이상 자금이동이 없는 주소에 보관된 양은 사라진 것으로 간주하고 해당 분량을 장기간에 걸쳐 블록 채굴 보상으로 지급하는 식이다.
비트코인 지갑 키를 알려주지 못하고 사망할 경우 실질적으로 비트코인에 디플레이션이 일어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조치는 실질적인 화폐가치를 안정화하는 동시에 (왜냐면 실제 유통 화폐량이 불변하게 되므로 그러하다) 위 논문에서 밝힌 채굴 보상을 전액 거래수수료로 지급하도록 할 때 발생하는 문제를 완화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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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al overshooting, booms, and crashes (Zeira 1999)

제이라(?)가 쓴 합리적 버블에 대한 논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저자는 알려지지 않은 기간에 걸쳐 펀더멘털의 변화가 있을 때, 펀더멘털 변화 기간 전체에 걸쳐 합리적인 버블 및 크래쉬가 발생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실증적으로 볼 때 버블이 꺼진 다음에도 가격은 이전보다 높은 상태라는 점, 금융개방 이후 버블이 자주 발생한다는 두 점을 강조하며, 이를 설명하기 위해 버블이 비합리적이라거나 혹은 여러 균형점 사이를 옮겨가는 과정이 아닌 정보부족으로 인한 오버슈팅에서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논한다.

비트코인같은 경우에도 이런 메커니즘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비트코인의 가격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경쟁시장인 비트코인 채굴의 생산원가 및 MR=MC임을 이용해서 추측해볼 수 있는데, 바꿔말하면 이런 정보부족으로 인한 오버슈팅이 일어나는 것은 거래시장보다는 채굴시장쪽이 아닐까 싶다. 채굴 스케쥴이야 누구나 알지만 얼마나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소비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본다면 현재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안전성에도 약간의 가산점을 줄 수 있어 보인다. 채굴은 항상 합리적인 적정 수준보다 높은 수준에서 일어난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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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cs of Blockchain (Davidson, De Filippi, Pott 2016)

2016년 3월 경 SSRN에 공개된 블록체인의 경제학이라는 논문을 읽었다.

여기서 저자들은 블록체인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함에 있어 정보 혹은 통화 측면에서 접근하기보다는 거버넌스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그들이 제시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중구난방으로) 요약해본다.

원장이라는 기술은 전통적으로 중앙집권적이었다. 누가 무엇을 가지는지를 적은 것이 원장이다. 이것은 분산원장이라는 블록체인 기술이 생기면서 바뀌었다. 정부, 기업같은 존재가 수행하던 역할을 대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블록체인은 완전계약으로 이루어진 체계이다. 블록체인상에 구현되는 계약은 그것이 실행될 것임이 사실상 100%에 가깝게 확실하다. 하지만 현실세상에서는 완전계약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계약 또한 존재한다. 이런 불완전계약의 경우에는 여전히 정부나 기업 등의 수직적 체계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나, 완전계약의 경우에는 정부나 기업의 위치를 블록체인이 대체할 수 있게 된다. 불완전계약의 경우에도, 불확실성이란 측면은 여러 조건부 계약을 블록체인에 올리는 것으로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블록체인은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이 되므로 역선택, 도덕적 해이 등이 더 적어질 것이며, 따라서 기존 경제체계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었던 비싼 시그널링, 스크리닝 등의 메커니즘은 여기에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은 신뢰로 인해 발생하는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줄여준다. 이는 시장이 지배하는 영역을 늘리고 정부, 기업 등의 조직이 지배하는 영역을 줄이는 식으로 작동한다. 조직의 존재의의 중 하나는 기회주의적 행동을 통제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블록체인상의 정보는 누구나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므로 기존의 중앙집중적 모니터링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 또한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블록체인은 기존의 조직보다 더 효율적인 체계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블록체인에 대한 경제학적인 접근은 어떻게 기존의 정부나 기업이 블록체인을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어떻게 블록체인이 이들을 대체할 것인가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의 기초 단위는 체인상의 거래(계약)가 되어야 할 것이며, 블록체인은 단순한 정보통신기술이 아닌 새로운 제도기술(institutional technology)으로 파악해야 한다. 즉 화폐경제나 정보경제가 아닌 공공선택론(public choice economics)이 새로운 암호경제학(cryptoeconomics)의 기반이 될 것이다.

블록체인은 시장과 닮았지만 시장이 아니며 일종의 자생적 조직에 가깝다. 이 자생적 질서는 하이에크의 catallaxy와 비슷하다. 이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확장된 질서'(extended order) 내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Hayek 1988) 그가 이러한 글을 썼을 때에는 블록체인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국가 정도가 catallaxy의 예시였지만, 블록체인이 생기게 되면서 이러한 catallaxy는 훨씬 더 작은 규모에서도 성립할 수 있게 되었다.

사용자들은 어떤 블록체인을 사용하는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는 바꿔말하면 그들이 어떠한 블록체인 상에서 거래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행위가 상호간에 어떠한 헌법적 지배를 받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공유경제 3.0이다. (commons 3.0) 공유경제 1.0은 공유자원에 관한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조직이 있음을 밝혔다. 숲, 어족 등을 관리함에 있어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소규모 조직은 시장이나 정부조직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공유경제 1.0이 이러한 자연적 자원을 다루면서 사적인 조직 거버넌스가 효과적인 소규모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보였다면 공유경제 2.0은 정보 및 지식의 공유, 특히 디지털적 공유를 통해서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평판 시스템이 준공공재의 생산에서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를 보였다. 공유경제 3.0은 어떻게 공유경제의 이점을 살리면서 대규모 상호협력을 가능하게 만드는가에 대해 암호학적 컨센서스라는 기술적인 해결책을 제공한다. 블록체인은 ‘신뢰 없는 공유경제’이며 (trustless commons) 오스트롬이 발견한 8가지 공유경제 디자인 규칙과 (Ostrom 1990) 비슷한 형태를 띄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존의 경제체제 하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대(rent)를 얻고 있던 세력, 예를 들어 정부 등은 이러한 블록체인에 맞서 싸우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부보다도 은행이 좀 더 대표적인 예시라고 본다. 우리는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기고 또 기업들은 은행을 믿고 돈을 빌리며 은행은 이 신뢰를 가지고 예대마진을 얻으니까. 하지만 대리민주주의 방식을 취하는 우리나라 정부(특히 국회) 또한 사실 이런 적대적 세력에 속할 수 있다고 본다. 선거철만 되면 국민 표 얻는다고 읍소하며 다니지만 그 이후에는 노룩패스, 비서진에 대한 갑질, 성의 없는 입법, 성추문 등등 난리도 아니니… DPOS를 전격적으로 도입하면 언제든 위임을 철회 가능하니 이런짓을 하기 어렵겠지?)

블록체인상의 거래는 DAO를 통해 완전히 자동으로 실행될 수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에서의 계약이 현실에서도 집행될지는 불투명한데, 왜냐하면 이러한 계약 및 거래는 정부와 상관없이 진행되는 것이며 따라서 법의 그림자조차도 닿지 못하는 영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것이 약탈적인 정부 하에서는 오히려 효율성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블록체인 참여자들 사이에 계약상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이들은 블록체인 내에서의 평판(reputation) 그리고 미래의 거래를 위해서 블록체인을 지속시킬 유인이 있기 때문에 갈등을 봉합하려 할 것이며, 스크리닝 혹은 시그널링 등의 메커니즘 또한 계약상의 의도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정보비대칭을 처리하기 위하여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록체인 거버넌스 혁명으로 인하여 도입된 이러한 경쟁체계는 과거 국가들이 멸망할 때 벌어졌던 구조 정리 효과, 즉 그동안 쌓여왔던 규제 및 부담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structural cleansing effect)

공공선택론은 더 좋은 사람이 아니라 더 좋은 제도가 민주주의를 만든다고 한다. 블록체인이 도입되더라도 콘도르셰 사이클( https://en.wikipedia.org/wiki/Condorcet_paradox ) 이나 애로우의 불가능성 정리같은 ( https://en.wikipedia.org/wiki/Arrow%27s_impossibility_theorem ) 것은 여전히 성립되겠지만 Down (1957), Brennan and Lomasky (1993), Caplan (2007) 등의 결과는 어느 정도 수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다수의 횡포(Buchanan and Tullock 1962), 조직된 소수에 의한 착취(Olson 1965), 투표자의 합리적인 무지 등은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마지막으로 Backfeed라는 Proof-of-Value 알고리즘을 제안한다. 체인 참여자들은 경제적 토큰 및 평판 점수를 얻게 되며, 평판 점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평가한 것, 그리고 나의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평가가 전체 블록체인 커뮤니티의 그것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여부에 따라 바뀌게 된다. 이를 통해 자생적으로 조직되는 분산된 형태의 실력주의 사회를(meritocracy) 만들게 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블록체인을 단순히 새로운 기원이 되는 정보통신기술으로 보는 것은 블록체인의 일부만 보는 것이며 학자들은 블록체인을 시장, 정부, 기업 등과 경쟁할 새로운 제도적 기술으로 바라보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또한 그들은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코즈, 하이에크, 오스트롬, 윌리암슨, 뷰캐넌 등의 연구를 참고하여 이러한 새로운 경제제도를 알아가야 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유명 경제학자가 블록체인은 죽었다 운동(?)에 동참했다 쪽팔린(?) 일을 당했었는데,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좀 더 읽어볼만한 글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제도주의, 공공선택과 연계해서 파악하는 것은 학자들의 특권인 것 같다고 본다. 논문에서는 매우 간단하게 ‘지대를 얻고 있던 세력의 저항이 있을 것이다’ 정도로 끝냈지만.. 생각해보면 이건 매우 큰 문제다. 다시 말해, 블록체인은 인류 역사가 시작되고 조직이 생겨난 이후 지금까지 우리가 신뢰를 주어 왔던 자들, 다시 말해 은행, 대통령, 국회의원, 재벌총수 등등의 권력자들이 싫어하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그리고 아마 그렇게 될 거라는?) 말이다.

지금 화폐적인 측면만 주로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불법이니 뭐니 하는 저항이 강한데 그들이 얻는 지대의 근본을 파헤치겠다고 한다면 어떠한 반응이 나올까? 아직 그런 논의가 현실화되기에는 너무 먼 것 아닐까?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는 주장이지만… 그게 얼마나 장기일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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