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Instability of Bitcoin Without the Block Reward (Carlsten et al. 2016)

이 논문은 스탠포드 대학교에 재직하는 Carlsten,  Kalodner, Narayanan, Weinberg가 작성한 것으로, 비트코인 채굴 과정이 블록체인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게임이론을 사용하여 답해보는 논문이다.

여기서 이들은 채굴자들이 블록 보상과 거래비용 보상의 두 가지 보상을 받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블록 보상은 현재 1블록당 12.5 BTC로 고정이나, 거래비용 보상은 거래하는 사람들이 제공하는 수수료에 의존하기에 가변적이며 비트코인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거래비용은 늘어난다. 그리고 비트코인의 채굴 스케쥴을 보면 약 4년마다 블록 보상이 줄어들어 최종적으로는 채굴이 종료되고 고정된 숫자의 비트코인만이 존재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이 과정에서 보안 문제가 생기지 않을것이라는 암묵적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과연 이같은 믿음이 사실인가? 바꿔말해, 블럭 채굴에 있어 고정보상 없이 거래수수료만 존재하는 경우 비트코인의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을까?

이 논문은 게임이론을 통한 이론적 분석 및 마이닝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한 채굴자 행동 시뮬레이션을 통해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놓는다. 그리고 그 대답은 ‘아니오’다. 즉 비트코인 블록 보상이 사라지게 되면 비트코인 채굴은 불안정하게 되며, 채굴자들은 블록 보상이 있을 때와는 달리 항상 가장 긴 체인만을 채굴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결과가 나오는 이유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면 다음과 같다. 블록 채굴에 걸리는 시간은 지수분포를 따른다. 그렇기에 블록 채굴에 걸리는 시간에는 상당한 편차가 존재한다. 참고로 이 편차를 계산한 사람이 있는데, 하루에 1회 정도는 50분이 걸려서 블럭을 채굴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한다. 다음 링크를 참고할 것.

그로 인해서 채굴자들은 채굴 보상이 높은 블럭을 포크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 유인이 생긴다.
또한, 블록 보상이 없을 경우, 블록이 채굴된 직후에는 한계비용(전력비용)이 한계예상소득(채굴보상=거래비용보상)보다 높으므로 해쉬파워를 줄일 유인이 존재한다.
즉, 51% 공격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자원이 훨씬 더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1. 일부 채굴자들이 가장 높은 거래비용보상을 주는 블럭을 중점적으로 채굴한다. 즉, 기본적으로는 가장 긴 체인의 블럭을 채굴하나, 2개의 서로 다른 블럭이 가장 긴 체인이 되기 위해 경쟁하는 경우 거래비용보상이 가장 높은 블럭을 채굴한다. (이하 PettyComplaint)
2. 이러한 PettyComplaint 채굴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할 경우, 의도적인 포크를 발생시켜 수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예를 들어 가장 마지막에 (=t번째) 채굴된 블럭이 거래비용보상만을 제공하며, 이로 인해 채굴한 자에게 1BTC만큼의 수익을 줬다 하자. 그리고 아직 채굴되지 않고 남아있는 거래비용보상은 2BTC이다. 그러면 일부 채굴자들은 의도적으로 가장 마지막에 채굴된 블럭의 직전 블럭을 (즉 t-1번째 블럭을) 이어나가는 포크를 할 수 있다. 이 때, 이 채굴자들이 채굴한 t번째 블럭에서는 1BTC가 아닌 0.5BTC만을 가져왔다고 하자. 그러면 이 체인을 이어가는 경우 남아있는 보상은 2.5BTC가 된다. PettyComplaint들이 존재하므로, 이제 이 2.5BTC가 남은 체인에 더 많은 연산력이 투입되며, 따라서 이 체인이 선택될 가능성이 더 높다.
바꿔말해, t, t+1 블럭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을 계산해보면 정상적인 경우에는 각각 1BTC 그리고 2BTC이지만 PettyComplaint들이 있는 경우에는 각각 0.5BTC 그리고 2.5BTC가 된다. 이러한 의도적인 포크를 발생시키는 (저자들은 이 행위를 ‘undercutting’이라고 부른다) 채굴자들을 이하 LazyFork로 지칭한다.
3. PettyComplaint의 존재는 LazyFork의 존재를 불러온다. 그리고 이는 새로운 유형인 FunctionFork의 존재를 암시한다. LazyFork는 t-1블럭부터 채굴하지만, 굳이  t-1이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채굴자의 입장에서는 t-n으로 놓고 재귀적인 undercutting을 통해 나의 수익이 극대화되는 최적의 n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여기까지 오면 이제 기존의 ‘가장 긴 블럭을 갖는 체인을 채굴한다’는 규칙은 거의 망가졌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이러한 경제적 유인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선의로'(?) 기존의 ‘가장 긴 체인’ 규칙을 따를 경우를 가정해보았다. (이들은 이러한 사람들을 ‘DefaultComplaint’라 칭한다.) 그 결과, 66% 이상의 사람들이 이러한 선의를 보일 때에만 위와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들은 Majority is not enough: Bitcoin mining is vulnerable (Eyal & Sirer 2014) 논문에서 처음 논의된 Selfish Mining(이기적 채굴) 공격에 대해서도 분석한다. 그리고 단순히 가장 긴 블럭체인을 채굴하는 것이나 전통적인 Selfish Mining보다도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improved selfish mining 전략이 존재함을 밝힌다.

이러한 문제들은 더 작은 블럭사이즈를 통해 일정 부분 완화될 수 있다. 왜냐하면 블럭사이즈가 작아서 블럭을 다 채우고 나서도 승인 대기중인 거래가 충분히 많다면 위에서 말한 신규 블럭 채굴 직후 MR < MC가 되는 사태가 덜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고 있어,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될 경우 언제나 승인 대기중인 거래가 충분히 많아야 한다는 말이 되는데, 이것은 어떻게 보면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라이트닝 네트워크 등의 오프체인 스케일링이 이루어지면 승인 대기중인 거래가 줄어들 것이므로 이 부분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까지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처리량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이 논문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2017년 후반기에 BTC-BCH간 벌어졌던 일들이다. 정확한 시점은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BTC채굴을 하던 사람들은 소액의 tx에 엄청나게 높은 tx수수료를 지불하는 거래가 많이 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또한 우지한, 로저버로 대표되는 채굴풀에서 매우 소량의 거래만을 승인하는 블럭을 찍어내면서 ‘시스템에서 허용하니 괜찮다’라고 말하는 동안 tx수수료가 크게 상승한 것도 기억할 것이다. 즉… 이들 BCH진영은, 실제로 위 논문에서 말하는 공격을 BTC쪽에 가했을 가능성이 꽤 있다고 보인다. 실제로 현재까지도 Bitcoin.com 도메인을 선점해서 자기들이 진짜 비트코인인 척 하는걸 보면…
그렇다면 과연 왜 BTC가 살아남았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좀 더 알아봐야만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짐작하기로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1. 이러한 공격을 가할 생각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똑똑한 아시안? 혹은 정직한 웨스턴?)
2. 기본적으로 위 공격은 tx수수료만 존재하는 경우를 상정한다. 즉 지금처럼 블럭마다 12.5BTC가 나오는 상황에서는 위 공격을 실행할 유인이 크게 줄어든다.
3. BCH진영은 tx수수료를 충분히 오랫동안 높이지 못했다.
4. 내부적으로 coordination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엄청난 BCH 펌핑과 동시에 일어났던 빗썸 거래 정지 사건 등…)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고정되어 있어 화폐의 가치가 유지된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발행량 고정이라는 점으로 인해 이 논문에서 다루는 보안 문제가 발생한다면… 약간 후퇴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예를  들어 n년 이상 자금이동이 없는 주소에 보관된 양은 사라진 것으로 간주하고 해당 분량을 장기간에 걸쳐 블록 채굴 보상으로 지급하는 식이다.
비트코인 지갑 키를 알려주지 못하고 사망할 경우 실질적으로 비트코인에 디플레이션이 일어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조치는 실질적인 화폐가치를 안정화하는 동시에 (왜냐면 실제 유통 화폐량이 불변하게 되므로 그러하다) 위 논문에서 밝힌 채굴 보상을 전액 거래수수료로 지급하도록 할 때 발생하는 문제를 완화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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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al overshooting, booms, and crashes (Zeira 1999)

제이라(?)가 쓴 합리적 버블에 대한 논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저자는 알려지지 않은 기간에 걸쳐 펀더멘털의 변화가 있을 때, 펀더멘털 변화 기간 전체에 걸쳐 합리적인 버블 및 크래쉬가 발생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실증적으로 볼 때 버블이 꺼진 다음에도 가격은 이전보다 높은 상태라는 점, 금융개방 이후 버블이 자주 발생한다는 두 점을 강조하며, 이를 설명하기 위해 버블이 비합리적이라거나 혹은 여러 균형점 사이를 옮겨가는 과정이 아닌 정보부족으로 인한 오버슈팅에서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논한다.

비트코인같은 경우에도 이런 메커니즘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비트코인의 가격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경쟁시장인 비트코인 채굴의 생산원가 및 MR=MC임을 이용해서 추측해볼 수 있는데, 바꿔말하면 이런 정보부족으로 인한 오버슈팅이 일어나는 것은 거래시장보다는 채굴시장쪽이 아닐까 싶다. 채굴 스케쥴이야 누구나 알지만 얼마나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소비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본다면 현재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안전성에도 약간의 가산점을 줄 수 있어 보인다. 채굴은 항상 합리적인 적정 수준보다 높은 수준에서 일어난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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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cs of Blockchain (Davidson, De Filippi, Pott 2016)

2016년 3월 경 SSRN에 공개된 블록체인의 경제학이라는 논문을 읽었다.

여기서 저자들은 블록체인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함에 있어 정보 혹은 통화 측면에서 접근하기보다는 거버넌스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그들이 제시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중구난방으로) 요약해본다.

원장이라는 기술은 전통적으로 중앙집권적이었다. 누가 무엇을 가지는지를 적은 것이 원장이다. 이것은 분산원장이라는 블록체인 기술이 생기면서 바뀌었다. 정부, 기업같은 존재가 수행하던 역할을 대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블록체인은 완전계약으로 이루어진 체계이다. 블록체인상에 구현되는 계약은 그것이 실행될 것임이 사실상 100%에 가깝게 확실하다. 하지만 현실세상에서는 완전계약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계약 또한 존재한다. 이런 불완전계약의 경우에는 여전히 정부나 기업 등의 수직적 체계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나, 완전계약의 경우에는 정부나 기업의 위치를 블록체인이 대체할 수 있게 된다. 불완전계약의 경우에도, 불확실성이란 측면은 여러 조건부 계약을 블록체인에 올리는 것으로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블록체인은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이 되므로 역선택, 도덕적 해이 등이 더 적어질 것이며, 따라서 기존 경제체계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었던 비싼 시그널링, 스크리닝 등의 메커니즘은 여기에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은 신뢰로 인해 발생하는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줄여준다. 이는 시장이 지배하는 영역을 늘리고 정부, 기업 등의 조직이 지배하는 영역을 줄이는 식으로 작동한다. 조직의 존재의의 중 하나는 기회주의적 행동을 통제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블록체인상의 정보는 누구나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므로 기존의 중앙집중적 모니터링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 또한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블록체인은 기존의 조직보다 더 효율적인 체계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블록체인에 대한 경제학적인 접근은 어떻게 기존의 정부나 기업이 블록체인을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어떻게 블록체인이 이들을 대체할 것인가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의 기초 단위는 체인상의 거래(계약)가 되어야 할 것이며, 블록체인은 단순한 정보통신기술이 아닌 새로운 제도기술(institutional technology)으로 파악해야 한다. 즉 화폐경제나 정보경제가 아닌 공공선택론(public choice economics)이 새로운 암호경제학(cryptoeconomics)의 기반이 될 것이다.

블록체인은 시장과 닮았지만 시장이 아니며 일종의 자생적 조직에 가깝다. 이 자생적 질서는 하이에크의 catallaxy와 비슷하다. 이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확장된 질서'(extended order) 내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Hayek 1988) 그가 이러한 글을 썼을 때에는 블록체인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국가 정도가 catallaxy의 예시였지만, 블록체인이 생기게 되면서 이러한 catallaxy는 훨씬 더 작은 규모에서도 성립할 수 있게 되었다.

사용자들은 어떤 블록체인을 사용하는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는 바꿔말하면 그들이 어떠한 블록체인 상에서 거래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행위가 상호간에 어떠한 헌법적 지배를 받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공유경제 3.0이다. (commons 3.0) 공유경제 1.0은 공유자원에 관한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조직이 있음을 밝혔다. 숲, 어족 등을 관리함에 있어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소규모 조직은 시장이나 정부조직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공유경제 1.0이 이러한 자연적 자원을 다루면서 사적인 조직 거버넌스가 효과적인 소규모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보였다면 공유경제 2.0은 정보 및 지식의 공유, 특히 디지털적 공유를 통해서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평판 시스템이 준공공재의 생산에서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를 보였다. 공유경제 3.0은 어떻게 공유경제의 이점을 살리면서 대규모 상호협력을 가능하게 만드는가에 대해 암호학적 컨센서스라는 기술적인 해결책을 제공한다. 블록체인은 ‘신뢰 없는 공유경제’이며 (trustless commons) 오스트롬이 발견한 8가지 공유경제 디자인 규칙과 (Ostrom 1990) 비슷한 형태를 띄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존의 경제체제 하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대(rent)를 얻고 있던 세력, 예를 들어 정부 등은 이러한 블록체인에 맞서 싸우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부보다도 은행이 좀 더 대표적인 예시라고 본다. 우리는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기고 또 기업들은 은행을 믿고 돈을 빌리며 은행은 이 신뢰를 가지고 예대마진을 얻으니까. 하지만 대리민주주의 방식을 취하는 우리나라 정부(특히 국회) 또한 사실 이런 적대적 세력에 속할 수 있다고 본다. 선거철만 되면 국민 표 얻는다고 읍소하며 다니지만 그 이후에는 노룩패스, 비서진에 대한 갑질, 성의 없는 입법, 성추문 등등 난리도 아니니… DPOS를 전격적으로 도입하면 언제든 위임을 철회 가능하니 이런짓을 하기 어렵겠지?)

블록체인상의 거래는 DAO를 통해 완전히 자동으로 실행될 수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에서의 계약이 현실에서도 집행될지는 불투명한데, 왜냐하면 이러한 계약 및 거래는 정부와 상관없이 진행되는 것이며 따라서 법의 그림자조차도 닿지 못하는 영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것이 약탈적인 정부 하에서는 오히려 효율성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블록체인 참여자들 사이에 계약상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이들은 블록체인 내에서의 평판(reputation) 그리고 미래의 거래를 위해서 블록체인을 지속시킬 유인이 있기 때문에 갈등을 봉합하려 할 것이며, 스크리닝 혹은 시그널링 등의 메커니즘 또한 계약상의 의도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정보비대칭을 처리하기 위하여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록체인 거버넌스 혁명으로 인하여 도입된 이러한 경쟁체계는 과거 국가들이 멸망할 때 벌어졌던 구조 정리 효과, 즉 그동안 쌓여왔던 규제 및 부담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structural cleansing effect)

공공선택론은 더 좋은 사람이 아니라 더 좋은 제도가 민주주의를 만든다고 한다. 블록체인이 도입되더라도 콘도르셰 사이클( https://en.wikipedia.org/wiki/Condorcet_paradox ) 이나 애로우의 불가능성 정리같은 ( https://en.wikipedia.org/wiki/Arrow%27s_impossibility_theorem ) 것은 여전히 성립되겠지만 Down (1957), Brennan and Lomasky (1993), Caplan (2007) 등의 결과는 어느 정도 수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다수의 횡포(Buchanan and Tullock 1962), 조직된 소수에 의한 착취(Olson 1965), 투표자의 합리적인 무지 등은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마지막으로 Backfeed라는 Proof-of-Value 알고리즘을 제안한다. 체인 참여자들은 경제적 토큰 및 평판 점수를 얻게 되며, 평판 점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평가한 것, 그리고 나의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평가가 전체 블록체인 커뮤니티의 그것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여부에 따라 바뀌게 된다. 이를 통해 자생적으로 조직되는 분산된 형태의 실력주의 사회를(meritocracy) 만들게 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블록체인을 단순히 새로운 기원이 되는 정보통신기술으로 보는 것은 블록체인의 일부만 보는 것이며 학자들은 블록체인을 시장, 정부, 기업 등과 경쟁할 새로운 제도적 기술으로 바라보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또한 그들은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코즈, 하이에크, 오스트롬, 윌리암슨, 뷰캐넌 등의 연구를 참고하여 이러한 새로운 경제제도를 알아가야 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유명 경제학자가 블록체인은 죽었다 운동(?)에 동참했다 쪽팔린(?) 일을 당했었는데,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좀 더 읽어볼만한 글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제도주의, 공공선택과 연계해서 파악하는 것은 학자들의 특권인 것 같다고 본다. 논문에서는 매우 간단하게 ‘지대를 얻고 있던 세력의 저항이 있을 것이다’ 정도로 끝냈지만.. 생각해보면 이건 매우 큰 문제다. 다시 말해, 블록체인은 인류 역사가 시작되고 조직이 생겨난 이후 지금까지 우리가 신뢰를 주어 왔던 자들, 다시 말해 은행, 대통령, 국회의원, 재벌총수 등등의 권력자들이 싫어하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그리고 아마 그렇게 될 거라는?) 말이다.

지금 화폐적인 측면만 주로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불법이니 뭐니 하는 저항이 강한데 그들이 얻는 지대의 근본을 파헤치겠다고 한다면 어떠한 반응이 나올까? 아직 그런 논의가 현실화되기에는 너무 먼 것 아닐까?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는 주장이지만… 그게 얼마나 장기일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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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rket for Cryptocurrency (White 2015)

2015년에 Laurence H. White씨가 Cato Journal에 낸 The Market for Cryptocurrency라는 논문을 읽었다. 이하 요약 및 감상을 적어본다. 참고로 2015년에 쓴 논문이라 3년 후인 현 시점에서는 그렇게까지 엄청나게 새로운 내용은 아니고, 참고한 데이터도 적시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암호화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암호화폐 시장을 이해하는데는 어느 정도 도움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하는 해당 논문의 내용을 나름대로 요약해본 것이다.

White는 암호화폐 시장이 competing private irredeemable monies (서로 경쟁하는 사적 불태환 화폐) 시장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해당 시장의 경제적 특징에 대해 설명하며, 이 시장이 순수한 버블이라고 봐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논한다.

그는 화폐의 3기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비트코인을 교환의 매개로 활용하는 경우가 아직은 적지만 꾸준히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국제송금을 비트코인이 활용될 수 있는 주요한 분야로 꼽는다.

그리고 그는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경쟁에 대해 논한다. 사설화폐 사용자들은 시뇨리지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데 이를 타개한 수단이 하나는 backing, 즉 일정한 무엇인가를 돌려주기로 하는 계약이고, 둘째는 코즈가 1972년에 제안했다는 수량의 제한이라고 한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발행 수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런 위험을 타개했다고 한다.

예전에 나의 입장은 비트코인의 발행량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종국적으로 디플레이션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비트코인을 이용하는 경제구역에 악재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발행 스케쥴은 완전하게 알려져 있다. 그리고 실질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은 예상하지 못한 충격에 반응하면서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비트코인에서 디플레이션이 일어나도 이것은 명목상의 디플레이지 실질 디플레는 아닐 것이다.
비트코인은 사실상 거의 무한히 분할 가능하며 fungibility 또한 기존의 화폐보다 훨씬 높으므로 화폐단위 차이로 인한 인플레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사실상 수량제한으로 인한 문제는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White는 라이트코인, 리플, 다크코인(현재 대쉬), 카나비스코인 등 비트코인과 경쟁하는 암호화폐들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한다. 그리고 이러한 코인들이 버블인가에 대해 논한다. 그는 오로라코인의 시가총액이 -99.99% 가까이 찍은 사례를 든다. 그리고 불태환화폐는 미래에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치로 인해 수요가 생기는 것이라고 하며, 이렇게 시장가치가 미래의 예상 가치’만으로’ 정해지는 경우는 버블의 정의와 잘 부합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는 비트코인의 가치에는 하한선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이라는 기술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 반정부주의자들, 암호화폐를 개발하는 사람 등이 가치를 부여함으로 인해 이러한 하한선이 생기며, 이렇게 비트코인에서 가치를 느끼는 사람들이 없어질 때에만 하한선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 사실으로 일간 가격 변동은 설명할 수 없어도 왜 0원이 아닌가는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Stephen Williamson을 인용한다. Williamson은 실물 혹은 불태환 화폐는 모두 본래 가치(fundamental value)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고 하며, 그리고 이것이 교환의 매개를 정하는 문제를 해결함에서 기인한다면, 이러한 가격 프리미엄은 해당 문제를 해결함에서 오는 부가가치를 의미한다고 한다.
(아마 이 링크를 의미하는 것 같다.
https://newmonetarism.blogspot.com/2011/06/bitcoin.html
해당 글도 읽어보았는데… 윌리암슨 교수님은 누군가 비트코인을 복제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지 말라는 보장이 있느냐는 말도 한다. 비트코인에 대해서 그렇게 깊게 알아보시지는 않으시는 것 같다. 물론 중요한 일 하시는 바쁘신 분이니 이해할만 하다만…)
보통 사람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지만, 1만원권을 만드는 데 드는 원가는 100원 선이라고 한다. 간단히 구글에 검색해보면 5만원권 원가는 약 200원, 1만원~1천원권은 약 100원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바꿔말해… 원화 자체가 엄청난 거품이라는 것이다. 마진이 거의 10~250배 나는 장사니까.

White는 또한 Friedman, Valdes, DeLong 등 몇몇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통해 비트코인에 대해 긍정적인 논지를 편다. 그는 먼저 비트코인은 위조가 불가능하므로 정해진 발행스케쥴을 정확히 따를 것이며, 비록 비트코인이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지만 신규 암호화폐 진입이 열려 있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암호화폐 시장은 단순 가격경쟁이 아니라 슘페터적인(창조적 파괴가 일어나는) 경쟁시장이기에 독점에서 오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또한 반대로 알트코인의 진입에 제한이 없기에 실질적으로 ‘비트코인과 비슷한’ 것들의 공급은 무제한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White는 무위험차익거래가 일어나는 시장에서는 MR=MC이므로 0에 가까운 MC를 가지고 무제한으로 공급되는 알트코인들의 가치는 0에 수렴할 것이고 이러한 화폐들은 비트코인의 가치를 잠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변동환율제 하에서 짐바브웨 달러의 양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것이 미국 달러의 가치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이런 무가치한 코인들만이 있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가치를 갖는 알트코인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3배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리고 불태환화폐와 달리 비트코인의 생산은 무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이 세상에서 주로 사용될 화폐가 오직 소수의 프로그래머만 이해할 수 있으며 그보다도 더 적은 수의 프로그래머가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 상태로 관리 개발되는 세상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현재의 통화 시스템이야말로 바로 그러한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반박한다.

가치의 저장이 가능하다는 여러 논조를 펼친 이후 White는 회계의 단위, 교환의 매개라는 기능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에 의하면 이미 비트코인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바로 암호화폐 거래에 있어서 말이다.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그러하듯, 비트코인을 거쳐서 거래하는 것이 가장 낮은 스프레드를 가지기 때문에 비트코인이 이 시장에서 기축통화로 작용하고, 그로 인하여 알트코인의 가격은 비트코인을 통해 quote되고, 이는 곧 비트코인이 회계의 단위 및 교환의 매개로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기반하여 생각을 전개해본다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원화, 달러 등을 기반으로 하는 거래소가 여러 알트코인을 상장하게 되면서 비트코인의 스프레드적 이점은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거래소로 인해 생겨난 회계단위/교환매개 기능은 다시 fiat으로 이전되지 않을까? 과연 비트코인 경제권역이 암호화폐 시장 외부에서도 생겨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봐야 할 것 같다.

글을 맺으며 그는 아직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암호화폐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므로 정책 담당자들은 규제를 통해 경제적 후생을 증가시키려는 제안들을 겸허한 자세로 검토해보아야 한다고 한다. (들었냐 박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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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깅코인, 불가능성 삼각정리, 스팀과 테더

암호화폐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암호화폐를 원함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특유의 고변동성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몇 가지 예를 짚어보자. 첫째는 테더(USDT)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자금이동은 마음대로 하고 싶으나 가치변동은 적은 USD를 쓰고 싶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암호화폐로, 현재 바이낸스 등 많은 유명 거래소들이 USDT기반 페어의 거래를 지원한다. 둘째는 스팀달러(SBD)이다. 스팀달러는 블록체인 기반 블로깅 플랫폼인 스팀잇에서 포스팅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원활히 하기 위해 1달러 상당의 가치를 지니도록 만든 코인이다.

이러한 코인들을 페깅 코인, 스테이블 코인, 가치연동화폐 등의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 경제학도라면 누구나 배우는 불가능성의 삼각정리(impossible trinity)가 바로 떠오를 것이다.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면 이것은 국제무역에 있어서 환율안정, 독립통화정책, 자본이동 자유화라는 3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정리이다.

페깅코인은 환율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독립통화정책 혹은 자본이동 자유화를 포기해야만 한다. 위 예시로 돌아가보자. USDT는 자체적 통화정책을 완벽히 포기했다. 스팀달러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하므로 먼저 스팀에 대해 짧은 설명을 할 것이다.

스팀은 블로깅 플랫폼이자 블록체인이다. 스팀 내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스팀달러(SBD), 스팀파워(외부에서 거래되지 않음), 스팀(STEEM)의 3가지로 나뉜다. 스팀의 블럭 생성 방식은 증인(witness)에 의존한 DPOS방식이다. 생성된 스팀은 리워드 풀으로 들어가며, 스팀 플랫폼 내 활동에 따라 이 리워드가 분배된다. 스팀파워는 스팀네트워크 내에서의 영향력을 의미하며 더 높은 파워가 있으면 리워드 풀에서 더 많은 스팀을 얻을 수 있다. 스팀달러는 1달러 가치의 스팀으로 전환이 보장되는 화폐이다. 이 전환비율이 얼마나 되어야 하는가는 증인들에 의해 결정된다. 마지막으로 스팀에서 하드포크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67%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바탕으로 이제 스팀달러의 페깅에 대해 알아보자.

스팀달러는 밴드 페깅된 화폐(?)이다. 먼저 하방 페깅을 알아보자. 스팀달러는 스팀으로 전환될 수 있다. 그리고 스팀달러를 스팀으로 전환할 때 받는 스팀의 양은 그 시점에서 1달러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전환은 3.5일에 걸쳐 일어난다. 스팀가격의 급격한 변동이 없다고 본다면 전환된 스팀달러는 약 1달러에 해당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1스팀달러의 가격이 10달러라면 아무도 전환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다. 외부 거래소에서 10달러에 팔면 10달러를 받지만 전환신청을 하면 1달러를 받기 때문이다. 즉,  스팀달러->스팀 전환은 1스팀달러의 가격이 1달러 이하인 경우 1스팀달러>=1달러가 보장되게 환율을 안정시키는 메커니즘이 된다.

그렇다면 상방 페깅은 어떨까? 현재 스팀 백서에서는 스팀달러를 부채로 정의하고 있으며, 부채의 비율이 총자산 대비 10%가 넘는 경우에는 스팀달러를 스팀으로 전환할 시 더 적은 스팀을 받도록 하고 있다. 즉 스팀 시가총액의 10%가 상방 캡이 된다. (참고로 비슷한 하방 캡 또한 존재하며, 이는 0.01%이다. 그러나 현재는 1달러 캡이 더 높으므로 이것만 고려하면 될 것이다.)
https://steem.io/SteemWhitePaper.pdf (스팀 백서)
https://steemit.com/steemit/@dantheman/steem-dollars-have-limits (스팀, 스팀달러에 대한 설명)
코인마켓캡 사이트를 참고한다면 현재 글 작성 시점에서 스팀의 시가총액은 $526,285,857 USD이다. (유통중인 스팀은 271,060,126 STEEM이다.) 그렇다면 스팀달러의 시가총액은 $52,628,585.7이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유통중인 스팀달러는 10,984,461 SBD로 나온다. 즉, 이론적으로 현재 스팀달러의 최대 가격은 약 4.79달러이다. 참고로 현재 스팀달러는 약 2.1달러이므로 밴드 범위 내에서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2017년 말 암호화폐 광풍의 시기에 스팀달러는 일시적으로 최고 13달러 선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이 때 1스팀이 7달러 선이었는데, 현재 1스팀은 2.08달러 선이다.  스팀 갯수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13/7은 약 1.9, 대략 2 정도로 볼 수 있으므로 현재 가격 기준으로 환산시 그 당시 스팀달러는 현재의 4.79 상한선 기준으로 4.2달러까지 접근한 셈이다. (다만 이 시점에서 잠시 한국 거래소들의 가격이 제외된 적이 있는데 당시 소위 ‘코프’는 50%에 달했으므로 실질적으로는 국내 스팀달러의 경우 6.3달러 선까지 갔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그만큼 국내 스팀에도 코프가 끼었겠지만.)

스팀달러의 경우는 페깅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범위가 매우 넓은 편이어서 현 시점에서는 실질적으로 거의 변동환율제인 것처럼 취급해도 될 것 같다. 그러면 매우 간단한 질문을 할 수 있다. ‘어차피 환율이 변한다면 대체 스팀달러는 왜 만들었냐?’
바꿔말해, 스팀달러는 거래의 단위는 될 수 없다. 스팀달러가 가격이 올라서 좋다고? 스팀달러 가격이 오르면 스팀달러로 대금을 지불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손해다. 내려도 마찬가지로 대금을 받는 사람이 손해고.
그러면 가치의 저장은 되는가? 그것도 어렵다.  1달러 위쪽으로 크게 벗어난 스팀달러 가격은 결국 1달러로 돌아오게 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스팀달러를 없애고 달러화하기 위해서는 스팀으로 환전해야 한다는데 그 원인이 있다. 현재 각 거래소에서 2달러선에서 거래되는 스팀달러를 1달러어치 스팀으로 환전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스팀달러는 환전되지 않는다. 그런데 스팀잇은 스팀파워와 스팀달러를 보상으로 준다. 결국 스팀달러는 계속 쌓이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여 스팀달러의 가치는 떨어진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스팀달러의 발행속도가 달러의 발행속도보다 낮아야 하는데… 스팀달러의 발행속도는 이것보다는 훨씬 높다.
이러한 동학은 스팀달러가 1달러 선으로 내려와서 다시 스팀으로 환전이 이루어지기 시작할 때까지 이어진다. 한 마디로, 지금 2달러 선에서 스팀달러를 사서 보유한다면 가치의 저장마저 되지 않는 것이다.

위에서 현재 1달러 위쪽으로 크게 벗어난 스팀달러는 보유의 의미가 없음을 보았다. 그리고 스팀잇 이용자는 보상을 스팀달러 혹은 스팀파워로 받는다. 그러면 스팀잇 이용자는 스팀달러를 (외부 거래소에서 2달러 받고) 파는 것과 스팀파워를 얻는 것 중 무엇을 택해야 할까?
스팀파워는 스팀잇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이며 스팀파워 보유자들은 연간 스팀 발행량의 15%를 얻게 되고(75%는 author & curator에게, 10%는 witness에게 간다), 1스팀파워를 1스팀으로 전환받을 수 있으나 13주에 걸쳐 나눠받게 된다. 신규발행율은 인플레율과 같으니 현재 연간 신규 스팀 발행량은 총 스팀의 9.5%인데, 바꿔말해 1스팀파워를 가지고 있으면 1년 후 추가로 0.095*0.15스팀을 얻거나 혹은 전환(파워다운)시 향후 13주에 걸쳐 매주 1/13 스팀을 얻게 된다(총 1스팀). 보면 알겠지만 1스팀파워의 이자율은 높게 봐도 대략적으로 1.5% 수준밖에 되지 않으므로 이것만 본다면 사실상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결국 향후 13주의 스팀 가격흐름을 예상해서 지금같은 하락세가 지속되어 13주 평균 스팀가격이 3.5일 후의 스팀달러 가격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스팀달러를 받아서 파는 것이 좋다. 반대로 상승세가 지속되어 13주 평균 스팀가격이  3.5일 후의 스팀달러 가격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스팀파워를 받는 것이 좋으며, 이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스팀파워를 가지고 있을지 아니면 팔지 선택을 해야 한다. 이 때 스팀파워 보유로 얻는 이자는 사실상 없다시피 하므로 무시해도 된다. 그 외에 스팀파워 보유가 좋은 점은 보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또한 사실 그리 큰 메리트는 없어 보인다.
https://steemit.com/kr/@loum/6mqq5g
위 링크를 보면 스팀잇의 직접관계자가 전체 물량의 62% 정도를 가지고 있으며 상위 0.1%가 87%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적어넣는다는 무리수를 들고 나오면서까지 개혁하려는 우리나라 부동산보다 훨씬 불균등한 수치다. 나 자신의 보팅파워보다는 소위 ‘고래’의 눈도장을 받는지 여부가 훨씬 중요하다 볼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현재 https://steemwhales.com/ 사이트에서 살펴보면 아마도 0.1%의 보유량은 80% 정도 되는 것 같다. 상위 1%로 넓히면 약 93%.)

결국… 아마도 스팀파워를 파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상승장이 아닌 하락장을 예상한다면 스팀달러를 파는 것이 이것보다도 더 좋을 것이고. 어떤 상황이던간에 스팀이라는 코인은 현 상태에서 그리 메리트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현재 절대다수의 일반인에게 있어 스팀잇을 통해 뭔가를 벌어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언가 글을 써서 스팀파워 혹은 스팀달러를 파는 것으로 보인다.

쓰다 보니 본의 아니게 스팀에 대한 가격전망이 되었는데 스팀 사용자가 아닌 투자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이쪽에 신경이 많이 쓰이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 anyhow.

스팀이든 테더든 아니면 그 어떤 다른 화폐든간에 페깅 화폐는 별로 투자대상으로 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한지 오래되어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편견이 생긴 것일 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고정환율쪽에 가까운 제도를 택할수록 별로 좋은 꼴을 못 본것 같다. (그리고 그럴만 하다. 고정환율이면 통화정책을 포기하거나 자유무역을 포기하거나 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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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버블인가?

많은 이들이 비트코인을 버블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직접 찾아봤다. 비트코인은 투기적 버블이었을까?

방법론은 Blau씨가 Price dynamics and speculative trading in bitcoin 논문에서 참고한 Llorente, G., Michaely, R., Saar, G., Wang, J., 2002. Dynamic volume-Return relation of individual stocks. Rev. Financial Stud. 15, 1005–1047. 들의 방식을 사용했다. 여기에서 저자들은 t+1기의 수익률을 t기 수익률, t기 수익률에 t기 거래량을 곱한 값으로 설명하는 회귀식을 세우고 추정했을 때, 후자의 계수가 양수일 경우 투기가, 음수일 경우 헷징이 주로 일어난다고 설명하였다고 한다. 이들의 방법론을 그대로 적용해보았다.

비트코인 가격 데이터는 cryptocompare에서 구하였으며 거래소들의 비트코인 가격을 종합한 자료를 사용하였다. 과거 1년여간의 일별 종가 및 해당일의 거래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R을 이용해 회귀식을 추정하였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절편: 추정치 8.58e-03, t값 2.340
t기 수익률: 추정치 9.05e-03, t값 0.171
t기 수익률*거래량: 추정치 -2.01e-12, t값 -0.614

결과를 해석하자면, 최근 1년을 봤을 때 비트코인은 투기적 버블이 지배한 시장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최근 1년간 비트코인 가격이 몇십배나 올랐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라운 결과일 수도 있다.

참고논문의 저자인 Blau씨 또한 해당 논문에서 투기로 인한 버블의 징후를 찾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관련 논문으로 Tiwari 등은 Informational Efficiency of Bitcoin – an extension이라는 2017년 Economic Letters에 실린 논문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일부 시기를 제외하고 대체적으로 효율적이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 외에도 Kristoufek은 What are the Main Drivers of the Bitcoin Price? Evidence from Wavelet Coherence Analysis 라는 논문의 드래프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장기적으로 펀더멘털적인 요소들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단 그는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많이 가질 경우 상승이, 반대의 경우 하락이 가속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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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제화 이야기

옛날 옛적에 구두가게가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너무 잘 나가서 손님을 줄 세워놓고 번호표 뽑아서 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호시절은 지나갔다. 금강제화, 엘칸토, 에스콰이아 3대장 중 남은 것은 금강제화 뿐이며 그마저도 매출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토종 제화업체 ‘엇갈린 운명’···금강제화만 남았다”
http://www.newsway.co.kr/view.php?ud=2014073116384850649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망하는 길으로 접어들었을까? 물론 디자인이 낙후되었다거나 하는 요인들이 있다. 그러나 내가 디자이너가 아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그런 요인에 대해서 다루지 않을 것이다.  나는 투자자로서 볼 때, 피할 수 있었던 리스크라고 생각되며, 동시에 현재 구두업체가 겪는 어려움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짚어볼 것이다. 바로 ‘상품권’이다.

금강제화는 직원들에게 자사 상품권을 강매하기로 유명하다.
“1000만원어치 팔아오라”…금강제화, 구두상품권 강매 논란(종합)”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7010313511346813
위 기사를 보면 직급에 관계 없이 전 직원이 상품권 영업사원임을 볼 수 있다.

상품권은 조금 특별한 재화다. 그것이 화폐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의 구두 제품에 대해서 상품권은 현금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 상품권에 적힌 액면가만큼 구두 가치를 지불할 수 있으며, 유통기한은 존재하지만 유통기한 안에만 가져가면 액면가를 그대로 쓸 수 있고, 구매하고 남은 거스름돈은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으며, ‘상품권깡’ 즉 일정 수수료를 지불하고 상품권으로 현금을 바꿔갈 수도 있다. 즉 탈세에 이용될 수도 있는 물건이다.

금강제화를 비롯한 구두 업체들은 구두상품권을 매우 많이 팔았다. 나중에 이걸로 구두를 사러 올거라는 생각이었겠지. 당시에는 업장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줄세워야 할 정도라고 했으니 아마 물량을 공급하기 어려워서 상품권으로라도 팔아놓을 생각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나중에 되돌아오게 된다.

화폐는 실물을 교환하는 매개가 된다는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것은, 실물경제에 맞는 수준에서 적정 화폐 유통량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두상품권은 실물경제, 즉 구두로 바꿔가려는 수요에 비해 더 많이 발행되었다. 상품권의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 즉 상품권의 가치는 실물(구두)에 비해 떨어진다. 그런데 상품권에는 구두의 액면가가 적혀있다. 그래서 상품권의 가격이 낮아지는건 불가능하다. 바꿔말해 구두의 상품권 환산 가격(=원화가격)이 올라가거나 상품권의 원화환산 가격이 내려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만약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 금강제화는 기존 가격에 꾸준히 구두를 공급해야만 했을 것인데, 원화 인플레율이 2%라고 가정한다면 매년 매출이 2% 줄어드는 셈이 된다. 영업이익이 매출의 10%정도라면 약 5년만에 이익이 0으로 수렴하는 것이다. 그래서 금강제화는 구두의 상품권가격도 올리고 상품권의 원화가격도 내렸다.

과도한 상품권 발행으로 인해 구두의 가격이 올라가면,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구두를 덜 사게 된다. 신발이 귀하던 시절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운동화 컨버스화 샌들 등등 수많은 구두 대체재가 있으며, 구두도 다양한 개성을 추구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가 되었다. 상품권으로 인한 가격상승 없이 이런 트렌드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터, 상품권으로 인해 발생한 가격상승 압박까지 더해진 것이다. 게다가 사실상 무제한적 상품권 발행으로 인해서 구두가 인상만으로는 당연히 안 되니 상품권까지 할인판매하게 되는데, 이는 고객들에게 ‘구두는 상품권으로 사야 한다’는 학습효과를 가져왔다.

결국 제화 3사는 사실상 파산에 이르게 되었다. EFC는 법정관리, 엘칸토는 잦은 주인 변경, 금강제화는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매년 전 직원이 모여 ‘상품권 발대식’이나 하고 있는 형편이다.

암호화폐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런 사례를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암호화폐는 그 화폐로 거래할 수 있는 실물에 비해서 매우 많은 발행량(시가총액)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언젠가 제화업계에 들이닥친 것과 같은 형태의 일이 일어날 것이다. 실물의 암호화폐가격이 오르거나, 혹은 암호화폐의 원화/달러화 가격이 내리거나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것은 암호화폐의 원화/달러화 가격이 내리는 형태로 반영될 것이다. 이 시장이 훨씬 역동적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암호화폐가 가지는 가능성 위주로 가격에 반영되고 있지만, 실제로 암호화폐를 사용해 실물을 거래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점이 올 때 즈음이 되면 아마도 기술적인 성숙으로 인해 각 국가에서도 자기만의 암호화폐 도입을 고려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보는데, 이러면 현재 암호화폐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사설화폐는 국가가 만드는 화폐들에 지분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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